지구와 화성 사이, 현실적 연애담···넷플릭스 한국 첫 애니, ‘이 별에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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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5-06-06 14:02 조회0회 댓글0건본문
한지원 애니메이션 감독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생각보다 맑은>(2015)으로 최연소 극장 애니메이션 감독이 됐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이 별에 필요한>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과 우주를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 목소리 연기)과 음악가의 꿈을 접어둔 ‘제이’(홍경)가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한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만화나 게임 IP에서 파생되지 않은 성인 대상 로맨스 애니메이션은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적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면 누구나 유아용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 흔치 않은 기회가 제게 온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재학 중 단편 <코피루왁>(2010)으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대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린 후 그는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늘려왔다. 그는 “작품마다 ‘하나씩’ 다른 시도를 넣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요즘은 잘 시도되지 않는 로맨스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외엔 오랜 취향을 채워 넣었다. 6년여 전 만든 1분 남짓의 주얼리 업체 광고 애니메이션에도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이를 장편 로맨스물로 확장한 것이 <이 별에 필요한>이다. 한 감독은 “(단편에서도) 우주인 인형과 어쿠스틱 기타가 나온다”며 “그만큼 ‘우주’와 ‘음악’은 아주 어릴 적부터 다루고 싶었던 소재”라고 했다.
한 감독이 상상한 2050년 서울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홀로그램 창, 로봇 등이 상용화되어 있지만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우리가 ‘레트로’를 여전히 사랑하듯 “25년 뒤에도 유행이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풍경과 음악에 현재적 요소를 집어넣었다.
<이 별에 필요한>은 일상과 낭만이 교차하는 한국 도심의 정서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세운상가, 돌담으로 된 성벽, 도심의 육교 등 서울의 모습은 익숙하고도 근사하다. 일본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생각하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이 떠오르듯, 어떤 해외 관객에겐 앞으로 ‘서울’ 하면 이 작품이 연상되지 않을까 싶다.
난영과 제이의 연애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현실적이다. 작품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인식하고, 호감을 느끼고, 연인이 되어 추억을 쌓는 과정을 공들여 보여준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이러해야 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우리 주변의 한국 사람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다”고 한다. 우주가 배경이지만, 두 캐릭터가 사랑하고 싸우는 ‘보통의 연애’를 하는 건 그래서다.
여성 주인공 난영은 사랑과 일 모두에 열정적이다. 쾌활한 난영과 섬세한 제이는 여성성, 남성성에 갇히지 않고 동등한 개인으로 존재한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지난한 과정인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주인공이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제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극본에 2년, 제작에 2년3개월쯤을 매달려 러닝타임 96분의 영화를 완성했다. 한 감독은 “이 정도 규모의 장편을 30-40명도 넘는 팀원들과 함께한 건 처음”이라며 “이전 작품들에서는 저 자신을 감독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진짜 감독의 역할을 해봤다 싶다”고 했다.
작품에서는 섬세한 빛 표현이 눈에 띄는데, 한 감독은 “혼자 작업했다면 타협했을 세부 요소를 이번 팀 작업에선 퀄리티 높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미술과 애니메이팅, 디자인 등 모든 공정의 작업자들과 1대1로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제가 원하는 비전을 말로든 그림으로든, 잘 전달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한편 주인공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김태리·홍경은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이를 실사 촬영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동선·표정을 더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데 반영했다. 한 감독은 “배우들이 제안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넓다 보니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경이 맡은 캐릭터 제이의 노래가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만큼 두 배우는 OST에도 참여했다.
난영과 제이의 꿈을 다룬 이번 작품처럼, 한 감독은 “앞으로도 꿈으로 인한 혼란과 그림자를 그 밝은 면과 함께 다루는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크리처가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장르물을 기획하고 있다. 또 다른 꿈이 있다면, 다른 애니메이션 창작자들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제게 기적적인 기회였습니다. 이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상업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저는 유일한 사례가 아닌, 그 다양한 작품 중 하나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별에 필요한>은 2050년 서울과 우주를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 목소리 연기)과 음악가의 꿈을 접어둔 ‘제이’(홍경)가 꿈과 사랑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한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만화나 게임 IP에서 파생되지 않은 성인 대상 로맨스 애니메이션은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적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면 누구나 유아용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 흔치 않은 기회가 제게 온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재학 중 단편 <코피루왁>(2010)으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대상 수상으로 이름을 알린 후 그는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늘려왔다. 그는 “작품마다 ‘하나씩’ 다른 시도를 넣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요즘은 잘 시도되지 않는 로맨스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외엔 오랜 취향을 채워 넣었다. 6년여 전 만든 1분 남짓의 주얼리 업체 광고 애니메이션에도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이를 장편 로맨스물로 확장한 것이 <이 별에 필요한>이다. 한 감독은 “(단편에서도) 우주인 인형과 어쿠스틱 기타가 나온다”며 “그만큼 ‘우주’와 ‘음악’은 아주 어릴 적부터 다루고 싶었던 소재”라고 했다.
한 감독이 상상한 2050년 서울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홀로그램 창, 로봇 등이 상용화되어 있지만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우리가 ‘레트로’를 여전히 사랑하듯 “25년 뒤에도 유행이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풍경과 음악에 현재적 요소를 집어넣었다.
<이 별에 필요한>은 일상과 낭만이 교차하는 한국 도심의 정서를 아름답게 포착한다.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세운상가, 돌담으로 된 성벽, 도심의 육교 등 서울의 모습은 익숙하고도 근사하다. 일본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생각하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이 떠오르듯, 어떤 해외 관객에겐 앞으로 ‘서울’ 하면 이 작품이 연상되지 않을까 싶다.
난영과 제이의 연애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현실적이다. 작품은 두 사람이 서로를 인식하고, 호감을 느끼고, 연인이 되어 추억을 쌓는 과정을 공들여 보여준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이러해야 한다’는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우리 주변의 한국 사람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다”고 한다. 우주가 배경이지만, 두 캐릭터가 사랑하고 싸우는 ‘보통의 연애’를 하는 건 그래서다.
여성 주인공 난영은 사랑과 일 모두에 열정적이다. 쾌활한 난영과 섬세한 제이는 여성성, 남성성에 갇히지 않고 동등한 개인으로 존재한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지난한 과정인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주인공이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제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극본에 2년, 제작에 2년3개월쯤을 매달려 러닝타임 96분의 영화를 완성했다. 한 감독은 “이 정도 규모의 장편을 30-40명도 넘는 팀원들과 함께한 건 처음”이라며 “이전 작품들에서는 저 자신을 감독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진짜 감독의 역할을 해봤다 싶다”고 했다.
작품에서는 섬세한 빛 표현이 눈에 띄는데, 한 감독은 “혼자 작업했다면 타협했을 세부 요소를 이번 팀 작업에선 퀄리티 높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미술과 애니메이팅, 디자인 등 모든 공정의 작업자들과 1대1로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제가 원하는 비전을 말로든 그림으로든, 잘 전달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한편 주인공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 김태리·홍경은 감정적으로 중요한 장면을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이를 실사 촬영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동선·표정을 더 현실감 있게 구현하는 데 반영했다. 한 감독은 “배우들이 제안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넓다 보니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경이 맡은 캐릭터 제이의 노래가 영화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만큼 두 배우는 OST에도 참여했다.
난영과 제이의 꿈을 다룬 이번 작품처럼, 한 감독은 “앞으로도 꿈으로 인한 혼란과 그림자를 그 밝은 면과 함께 다루는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차기작으로는 크리처가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장르물을 기획하고 있다. 또 다른 꿈이 있다면, 다른 애니메이션 창작자들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제게 기적적인 기회였습니다. 이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상업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저는 유일한 사례가 아닌, 그 다양한 작품 중 하나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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